존경하는 윤기붕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책을 읽고 감명받고 느낀 바가 참 큽니다. 인터넷 이곳저곳에서 선생님의 글을 발견할 때면 법문을 읽듯 천천히 읽고 또 읽으며 제 마음에 새겨봅니다. 헌데도 궁금한 점 하나가 가시질 않네요. 죄송해요. 하나만 물을께요. 바쁘시다면 한가하실 때 천천히 답해주셔서도 너무너무 감사하고 좋겠습니다. -근데 왜 인지 '묻고 답하기' 란에 글을 올릴 수가 없어서 불쑥 자유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말았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인연따라 오는 생각, 머무는 생각, 가는 생각... 어찌할 수도 없고, 어찌할 필요도 없는 것을 가지고 자꾸 나서서 붙들거나 간섭할 것없이 내버려두어 그냥 그렇게 저 할일 하다가 흘러가도록 놔두어라, 무관심해져라 말씀해 주셨습니다. 손에 묻은 피를 닦겠다고, 또다른 피로 그 피를 아무리 씻고 닦은들 그 피가 씻겨져 나갈 리가 없듯이, 마음을 닦겠다고 마음을 마음으로 어찌해보려는 모든 행위가 우에보면 참 미련한 짓이지요. 아니, 애초에 씻어야 할 손이니 닦아야 할 마음이니 하는 게 다 있지도 않은 망상이고 분별일 뿐이구요... 이렇듯 선생님의 가르침은 참으로 명쾌하고 정곡을 찌릅니다. 그런데요 다만... 흘러가도록 관심 끊어야 할 그 한 생각이라는 게 말 그대로 생각 뿐이어야 하지 않나요? 감정이나 느낌도 흘려보내야 하나요? 선생님께서는 간섭하지도 말고 무관심해져라 말씀하시면서 그렇게 마음을 비우라 설명하시는 대목에서, 그 대상의 예로 <화, 원망, 벤댕이같은 생각, 분별하는 마음 등> 이라고 적어주셨습니다. 헌데 가령 화와 원망같은 경우에는 그건 감정이나 느낌이라고 볼 수가 있지요. 그런데 그런 감정들이 관심을 뚝 끊어야 할 대상이 될 리는 없을 것 같아서요. 왜냐하면 선생님 말씀대로 기쁠 때 기뻐하고, 슬플 때 슬퍼하고, 화날 때 화가 나고 그렇게 매 순간순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 바로 분별없이 사는 것 아닌가요? 생각을 내버려두고 흘려보내며 살다가도 화라는 감정이 올라올 경우... 이 화에 대해서는 어찌해야 하나? 관심을 뚝 끊어 무시해야 하는가? 하는 엉뚱한 결론이 머릿 속으로 이어집니다. 화, 그것은 다만 화 아닌 다른 무엇으로,,, 이를테면 사랑이나 평화로운 느낌으로 바꾸거나 고치려고 할 것 없이... 분별에 속아 그렇게 더 좋아 보이는 느낌을 찾거나 구할 것 없이... 지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서 온전히 그 느낌을 느끼고 경험하고 맞닥드려야 할 쓰리지만 소중한 진리가 아닌지요? 그리하여 기쁠 때 온전히 기뻐하고 슬플 때 슬퍼하고, 화날 때 화를 살면서 그렇게 깨어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선생님, 여기서 저의 오해는 무엇이고, 흘려보내야 할 생각이란 무엇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