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천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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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것은 없다.

작성자 : 윤기붕추천수 : 0조회수 : 1,940

20-04-20 18:36

본문

특별한 것은 없다.

 

우리의 고민, 슬픔, 힘듦, 아픔, 모자람, 주눅 듦, 못난 모습,

안타까운데도 어쩔 수 없음,

내가 아무것도 아님,

바보 같은 내 모습,

울고 싶을 때의 나,

남에게 비웃음을 사서 시쳇말로 쪽팔릴 때,

남에게 그냥 있는 그대로 하지 못하는 나,

맘은 뻔하면서도 늘 고민하고 물러서는 나,

그러면서 오만상 나를 쥐어뜯는 나

어디 가서 콱 죽어버리고 싶은 나,

콱 죽어버리고 싶은 나를 보면서도 비겁하게 못 죽는 나,

그러면서도 못 죽는 나를 또 쥐어뜯는 처참한 모습의 나...

 

내일 무얼 먹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나,

그러면서도 등이 무거워서 빈둥거리고 있는 나,

그러면서도 한순간도 자신에게 걸리는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우욱!’ 하고 일어나는 그 밴댕이 같은 성질머리,

그리고 그러고 나서 다시 자신을 쥐어뜯는 바보 같은 나,

 

그러한 나...

그게 바로 아무리 버리고 또 버리려 해도 버릴 수 없는 나의 실제 모습이요 진짜 나다.

 

특별한 것은 없다.

 

그러한 내가 바로 그때의 실제 나요.

그러한 내가 바로 완전한 나다.

 

다만 그것을 모르는 우리는 그렇게 힘들고 아픈 나를 한 번도 따뜻하게 스스로 안아주지 못했던 것뿐이다.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그동안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한 나를 또 쥐어뜯지 마라.

우리는 그냥 그렇게 배우고 또 그것이 진실인 줄 알고 그렇게 살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살아온 나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런 내가 바로 완전한 나를 떠날 수는 없다.

나를 떠나서 나의 세상엔 아무것도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나의 모든 모습 그게 바로 나의 세계요 완전한 모습이다.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봐도, 아무리 봐도

내가 봐도 한심하고 안타깝고 콱 죽어버리고 싶은 그 내가 나의 모든 것이다.

물론 자랑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 자랑스러운 나와 콱 죽어버리고 싶은 나는 둘이 아니라 하나다.

그냥 나라는 어떤 하나가 인연으로 따라 그렇게 살고 있을 뿐이다.

그 이상의 아무것도 없다.

 

금강경에서 말한다.

 

“만약 모든 모양이, 모양이 아님을 알면 곧 여래를 보리라.(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여기서 말하는 모양은 한심한 내 실제 모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나를 한심하다고 보는 그 잣대의 모양을 말하는 것이다.

 

나를 한심한 사람으로 만든 것은,

이 생각이 내가 한심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특별한 것을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콱 죽어버리고 싶고 쪽팔리고 한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생각이 나를 한심하다고 보지만 않으면 나는 한심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생각이 문제이지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한 법으로 생겨나 이 한 법의 인연으로 그냥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산다는 말은, 이 지구가 부서지고 우주가 망하고 사라지는 것도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을 말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모두가 다 이 한 법의 일이고, 우리는 이 한 법 그 자체이지 다른 존재가 아니다.

이 한 생각이 내가 있다는 한 생각을 내면서 우리는 이 한 법과 떨어져 외롭게 떨고 있는 것이다.

즉 잘난 체 하는 이 한 놈 생각이 오히려 우리를 비참하고 바보 같고 외롭게 만들고, 착하고 말 잘 듣는 우리는 속는 줄 모르고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은,

매 순간의 나의 모습을 시비하지 않으면 생각이 그렇게 못마땅한 모습이 사라져간다. 

 

 

특별한 것은 없다.

 

도(道)라는 말에 속지 마라.

특별한 것은 도가 아니다.

도는 그냥 이렇게 이 한 법의 인연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그래서 매 순간 지금의 내 삶의 모습을 떠나서 어떤 괜찮은 특별한 모습을 가진 도가 있다고 여기고 그것을 따른다면

그 도는 나를 괴롭히고 나아가서는 나까지 잡아먹고는 우리를 관념적인 모양의 노예로 만드는 생각이란 마구니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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