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천단상

적천단상

내가 없음을 자각하라.(제법무아 諸法無我)

작성자 : 윤기붕추천수 : 0조회수 : 3,320

15-12-10 12:29

본문

 마음이 산란하고 고통이 엄습하여 번뇌가 그대의 머리를 눌러 숨을 쉴 수 없다하더라도

그속에는 그대가 없음을 자각하라.

그 모든 번뇌는 그대의 생각이 만든 것일 뿐, 그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대가 신비한 경험을 하고 맑고 성성한 의식상태가 온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그속에는 그대가 없음을 자각하라.

그러한 상태 역시 그대의 생각이 만든 것일 뿐,

그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옛 사람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 했다

옛 사람들은 그들을 맞상대할 힘이 좋아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나 내 소견은 다르다.

부처와 조사들은 최고의 마구니와 사기꾼으로 사람 호리는 솜씨가 귀신같아

그대가 그들을 보는 순간 그대들 스스로 눈을 뽑고 심장을 뽑아 그들 앞에 갖다 바치게 할 것이다.

그러니 아예 가까이 가거나 상대하지도 말라.

 

약산유엄은 제자들을 보고 책을 읽지 말라고 했다.

그런 약산이 어느 날 책을 보고 있는데 제자가 지나면서 그것을 보았다.

제자는 자신들에게는 책을 보지 말라고 하면서 스승은 책을 보고 있으니 이율배반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물었다.

"큰 스님은 지금 무엇을 하십니까?"

"응? 책보고 있지?"

그러자 제자는 심통이 난 어투로

"아니 저희들에겐 책을 보지 말라고 하시면서 스님께서는 어찌 책을 보십니까?"

그러자 약산은 능글맞게도

"아! 난 그냥 펴놓고 있다."

그러자 제자는 머리를 굴려서 말한다.

"그럼 저희들도 그냥 펴놓고 있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자 약산은 제자의 말이 그럴듯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 그러면 되겠네. 그런데 말이야, 너희들이야 책을 펴놓고 있다지만, 글자가 너희들을 가만 놔둘까?"

 

책도 아니고 그 속에 있는 글자의 솜씨만도 이러하거늘 부처와 조사의 솜씨는 과연 어떠하겠는가?

그러니 아예 부처니 조사니 하는 생각조차도 떠올리지 마라.

 

그대가 있는 그 자리는 일체의 모양이 없어

부처도 없고, 선(禪)도 없고, 삼매도 없고 신비함도 없으며 깨달음도 없다.

그리고 중생도 없고 번뇌도 없고 고통도 없고 마구니도 없다.

 

그대가 스스로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것들은 그대 속에서 사라질 것이고,

또한 그대 속에서 그것들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그대가 번뇌라고 여기고, 또 신비하다고 여겼던 것들과 부처와 조사들은 한갓 생각이 만든 아상의 그림자일 뿐일 것이며,

그대는 그것들을 한 점 마음 동요 없이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림자들은 그저 하늘에 모였다 사라지는 구름처럼 흘러갈 것이다.

 

그럴 때 그대는 자신이 어떤 그 무엇도 아님을 알 것이며 그대는 더 이상 그 무엇에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